인빅터스(Invictus)
Anchor Briefing앵커브리핑... 20141002
오늘(2일) 뉴스룸이 주목한 단어는 '인빅터스'입니다.
인빅터스는 '정복되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입니다. 조금 어렵긴 하죠.
영국 시인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시 제목이기도 한데요. '인빅터스'의 첫 구절을 잠시 읽어드리겠습니다.
'나를 감싸고 있는 칠흑 같은 암흑 신께 감사하노라 내게 정복당하지 않는 영혼을 주셨음을'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이 시는 올해 초 한 국회의원의 홈페이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오늘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박영선 의원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 세월호 특별법이 참 슬프게 타결됐다. 이제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
조금은 쓸쓸한 퇴장이었습니다.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었던 불과 50일 전 상황을 떠올려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들 (독배를) 마시라고 하니 마시겠다"
이것이 지난 5월에 야당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된 데 이어 비대위원장직까지 겸임하게 된 박영선 원내대표의 말이었는데요. 자신에게 주어진 잔을 '독배'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출발이었지요. 만장일치의 추대였고 난파 직전의 당을 위기에서 구한다면 정치인 박영선에게 그 잔은 '독배'가 아니라 '성배'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만장일치로 권했던 그 잔은 결국 '독배'가 되고 말았습니다.
세월호 법은 유가족 반발과 당내의 싸늘한 반응을 낳았고,
[문재인 의원 (10월 2일 새정치연합 비대위) : 우리 당은 협상에서 졌습니다. 패배를 인정합니다.]
이상돈 깜짝 카드는 당내 강경파의 격한 반발을 샀습니다.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 (9월 12일) : 이상돈 교수 영입 카드가 계속된다면, 박영선 당 대표를 향해서 사퇴 촉구를 하는 단식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박 의원은 결국 탈당 카드로 배수진을 쳤지요.
당시의 탈당 시사가 국면 전환용 카드였는지 아니면 정말 탈당을 하고 싶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지만 이쯤에서 다시 윌리엄 헨리의 시 '인빅터스'의 마지막 문장을 꺼내볼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
결국 박 의원은 평의원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연초에 올렸던 이 싯귀는 묘하게도 그녀의 정치인생 중 가장 뜨거웠던 올 한해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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