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보이나~?

국밥

Anchor Briefing

앵커브리핑... 20141103





오늘(3일) 뉴스룸이 주목한 단어는 '국밥'입니다.

지난 주말에 많은 이들의 마음을 헝클어놓은 소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60대 독거노인이 자신의 장례비와 밀린 공과금을 가지런히 남겨 놓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개의치 마시고"

겉봉엔 이런 메모가 적혀있었고…봉투 안엔 빳빳한 만 원권 10장이 들어있었다고 하지요.

짐작컨대…이분은 매우 정갈한 성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 남에게 폐를 끼친다는 사실 또한 못 견뎌했을 테고요.

여기에 더해서 오늘은 생활고를 비관한 일가족이 함께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마저 전해지면서, 추워진 날씨에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둡고 스산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홀로 사는, 그리고 가난한 노인 앞에 다가온 세상,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통계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100명 중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무려 95명. 다시 말해서 건강한 노인이 100명 중 채 다섯도 안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요.

한 달간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노인가구가 절반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노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텐데요. 

그에 비해 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란 비정규직이나 시간제가 대부분입니다. 

답답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일까요? 노인의 자살률 역시 평균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결국 우리 사회의 많은 노인들은 몸이 아프고, 또 아프게 다가올 가난에까지 시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구호를 기억하실 겁니다. "효도하는 효도정당" 선거철, 아니 기회만 되면 정치권이 모두 한목소리로 외치는 구호입니다.

그렇다면 차가운 방에서 혼자 유서를 쓰고, 스스로 장례비까지 챙긴 노인은 우리네 사는 세상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을까요? 

"더부룩하게 배가 불렀다. 살아간다는 게.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함민복 시인의 작품 중 한 구절입니다.

지금 우리는 복지국가, 심지어 복지 과잉을 외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과 마주한 지금의 노인들에게 그리고 미래의 노인들에게 우리가 외치는 복지는 단지 더부룩한 '헛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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