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방송
Anchor Briefing앵커브리핑... 20141027
오늘(27일) 뉴스룸이 주목한 단어는 '재방송'입니다.
본 방송을 놓쳤거나 관심 있는 프로그램을 다시 보고픈 이들에게 아주 요긴한 서비스이지요. 그런데 유독 여기에선 썩 유쾌하지도 않은 재방송이 무한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분이 많이 계실 겁니다. 어디일까요?
<8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설훈/위원장 : 서울맹학교 교장 강현진 증인에 대해서 질의하실 의원 계십니까? 한 번도 심문 안 하셨습니다. 안민석 의원 신청하셨는데?]
[안민석/새정치연합 의원 : 제 보좌관이 했습니다.]
며칠 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강현진 서울 맹학교 교장은 증인석에서 4시간 반을 그저 앉아만 있다가 돌아가야 했습니다. 심지어 강원도 동해시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네' 혹은 '그렇다' 한마디로 답변을 마친 증인도 있었습니다.
좀 황당하기도 하고요, 헛웃음 나는 이런 풍경들. 혹시 처음 보셨습니까? 그렇다면 이런 장면은 어떠신지요?
<8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강기정/새정치연합 의원 : 나가세요 하기 싫으면 위원장 자리 내놓고 나가시고.]
[김용태/새누리당 의원 :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강기정/새정치연합 의원 : 무슨 말씀은…한글을 못 알아먹어요?]
<22일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
[조원진/새누리당 의원 : 지금 국민들이 다 보고 있는 자리에서 웃었어요?]
[이재명/성남시장 : 기가 막혀서 웃었습니다. (뭐가 기가 막힌데요?)]
[조원진/새누리당 의원 : 그렇게 실실 쪼개고 웃고 있습니까?]
따져 묻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호통인지 분간이 어려운 이런 장면들은 이번 국감에서만 도드라진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매년 이런 장면들이 무한 반복되면서 국감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증인들의 수법 또한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빽 이도 삼병"이란 말,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일빽, 미리 연줄을 동원한 빽을 써서 증인 채택이 안 되게 한다. 이도, 해외로 도망간다. 삼병, 아파서 입원했단 핑계를 댄다는 의미인데요.
실제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국감 출석 당일 비행기 시간까지 바꿔가며 출장을 떠나 이른바 '뺑소니 출장'이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비난 끝에 오늘 결국 출석했죠.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시선은 45도 아래로 표정은 너무 딱딱하지 않게 하라"는 내용의 국감 증인출석용 고액과외마저 암암리에 성행중이라고 하니 반짝 국감 시즌동안 망신만 면하고 보자는 증인들의 대응책은 갈수록 교묘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국감의 풍경들. 혹시 재미있으십니까. 아니면 지겨우십니까.
주마간산과 주마가편.
처음 국감을 시작하던 날…뉴스룸이 내놓았던 두 개의 말과 관련된 사자성어였습니다.
급하게 준비한 국감이었지만 '주마간산' 말에 올라 풍경을 살피듯 대충 보지 말고, '주마가편'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듯 열심히 해달라는 의미였는데요. 국민 여러분들 께서도 똑같은 바람을 가지셨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 국감의 결과는 아무래도 또다시 '말'이 들어가는 사자성어로 매듭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이.동.풍" (馬耳東風,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흘려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