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ang... 2016. 3. 7. 12:40

앵커브리핑... 20141028





다들 아시는 노래일 겁니다. '땡그랑 한 푼'이라는 동요인데요. 오늘(28일) 어떤 이야기를 시작할 것인지 짐작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단어는 '돼지'입니다.

오늘은 제51회 저축의 날이었습니다. 

지난 1964년 '가난탈출'을 지상과제로 내세운 박정희 정부가 만들었고요.

"저축이 곧 애국이다" 

이런 구호 아래 한푼 두푼 열심히 저축한 이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훈장을 달아주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사들을 좀 살펴볼까요?

"점심 굶기 27년 신발 기워 7백만 원 저축"
"신문 팔아 푼돈 저축. 집 사고도 2천여만 원 모아"

이런 문구들이 눈에 띄고요.

담뱃값에도 요즘 흔히 보이는 흡연 경고문구가 아닌 절약, 저축… 이런 문구가 들어있었군요.

대통령 역시 몸소 저축을 실천했습니다.

"매달 5천 원씩 꼭꼭 저금"

박정희 대통령이 매월 25일에 5천 원씩을 예금한다는 내용도 소개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반세기가 지난 오늘, 우리 사회의 빨간 돼지저금통들은 사정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가계저축률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를 보고 계신데요.

1988년도에 24.7%로 정점을 찍은 가계저축률은 90년대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가계 저축률은 4.5%. OECD 평균이 5.3%이니 세계 꼴찌 수준의 저축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궁금증이 생깁니다. 저축이 곧 애국이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불과 반세기 만에 왜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요?

우리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 최근 은행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1%대로 내려갔습니다. 

돈이 있어도 은행엔 넣지 않겠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이런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저축할 돈이 없다'

갈 곳을 잃어 떠도는 돈, 단기 부동자금이 약 757조. 사상 최대라고 하는데… 이와는 정반대로 가계부채는 사상최대치를 경신한 1,040조에 달합니다.

다시 말해 있는 사람들은 어디다 돈을 맡겨야 할지 모르고, 없는 사람들은 빚만 잔뜩 쌓아놓았을 뿐 저축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또한 이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불과 몇 년 전, 대주주들의 각종 탈법과 잘못된 투자. 그리고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 감독이 초래한 저축은행 사태로 무려 9만 3천명에 달하는 피해자가 발생했고 피해액은 모두 합해 1조 2천억 원에 이릅니다.

저축이 일종의 재앙으로 돌아온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나서서 '저축하라' 격려하는 것도 자녀들에게 빨간 돼지 저금통과 땡그랑 한 푼 노래를 가르치며 저축의 미덕을 강조하는 것도 참으로 민망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너와 나의 복된 미래. 저축으로 설계하자"

국가가 저축을 장려하던 시절. 사용되던 표어입니다.

그러나 지금 시대의 저축은 과거 고성장 시대의 낡은 유물이 됐고, 저축의 날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상관 없는 '맹장'처럼 남은 그저 퇴화된 기념일인 것만 같습니다.